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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금의 수필-곶감
2021년03월29일 17:42   조회수:3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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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곶감

정순금

 


                  곶감                           

 

  한국으로 처음 출장 가는 딸의 보호자로 동행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뻐스를 타고 찾아간 첫집이 녀동생집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방에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은 음식상이 한눈에 안겨왔다. 나물무침, 야채전, 해물졸임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커다란 쟁반에 그득 담긴 여러가지 과일이 있었는데 그 속에 곶감이 유표하게 눈에 띄였다

“야!  곶감, 비싼 곶감을 왜 이리 많이 삿지 ?”

과자봉투에 골똑 담긴 곶감을 보고 나는 환성을 질렀다. 당장 나의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언니, 엄마가 곶감을 무척 좋아했지? 언니도 물론 나도 그 엄마에 그 딸들이지 그렇지?”

녀동생은 곶감 한개를 내 손에 쥐어주며 익살을 부리다가 지난 인생스토리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언니, 내가 시집간 이듬해 석달된 딸 해숙이를 업고 친정에 갈 때 시장에 들려 곶감 열개를 사가지고 갔댔지. 그때만 해도 곶감이 흔하지 않고 그 값도 엄청나게 비싸 평시에는 사먹을 엄두도 못냈지. 그 귀한 곶감을 친정 여섯 식솔에 나까지 일곱이 하나씩 나눠 먹고 세개가 남았지. 헌데 엄마가 남은 세개를 이웃집 자식 없는 김로인네 집에 갖다 드렸지. 그때 엄마가 집을 나서면서 한 말 지금도 귀에 쟁쟁해. ‘많이 먹는다고 좋은게 아니야 귀한 것일수록 나눠 먹는 그게 좋은 거란다. 로인네들이 달달한 곶감을 드시게 되면 마음이 따뜻해져 이웃도 사촌으로 느껴질 것이고 외롭다는 생각도덜 들게 된단다.’ 참말로 엄마는 너무 선량해”

동생은 감구지회로 눈물을 찔금 짰다. 나도 코등이 찡해났다.

그랬다. 엄마는 항상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했다. 31세에 고향 경남 하동을 떠나 부모형제와 리별하고 낯설은 타향에서 외롭게 살아오면서 우리들에게 엄마의 동년시절 이야기, 고향의 감나무, 곶감에 깃든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들려주었다.

엄마의 동년시절은 눈물겨웠다. 다섯살에 엄마를 잃고 혹독한 계모의 슬하에서 다섯살부터 부엌데기로 일했다고 한다. 헐벗고 굶주리던 그 나날에 맘씨 좋은 이웃할머니들이 남몰래 엄마의 손에 곶감을 쥐여주어 허기찬 배를 달랬다고 한다. 하여 그 어린 마음에도 나도 장차 나한테 무엇이라도 생기면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는 17세에 감나무농사가 잘되는 하동 동리마을 영일 정씨네집으로 시집을 갔는데 보리고개로 불리던 그 견디기 힘든 시기에 감꽃을 주어 먹었고 큰 밤만한 감이 땅에 떨어질 때면 주어다가 보리쌀독에 묻어두고 그것이 다 익어 홍시가 될 때면 꺼내서 먹고 했단다. 해마다 감이 많이 열렸는데 좋은 감은 깎아 말려 곶감으로 썼고 대부분은 겨우내 간식으로 썼다고 한다. 추운 겨울밤에는 화로가에 둘러앉아서 밤을 까다가 할머니가 가져다주는 쫄깃쫄깃하면서도 달콤한 곶감을 먹을 때면 그 맛을 그 무엇에다 비할 수 없었다고 자랑을 했다. ]

와중에 가장 행복한 날은 그믐날이라고 했다. 그믐날 저녁에는 할머니가 대청기둥우에 얹힌 곶감 담긴 바구니를 내려다가 제사상에 놓을 곶감을 골라 내놓고 나서 나머지는 집식구들이 실컷 먹도록 했다고 한다. 곶감 바구니를 둘러싸고 앉아 곶감을 먹으며 장시간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잠 한잠 못자고 뜬 눈으로 정월 초하루를 맞이했다고 한다. 감마을에서 태여나서 감나무를 가꾸며 곶감을 즐겨 드셔서 그런지 엄마는 생전에 혈색이 좋았고 마음이 따뜻해 정도 많았고 인심이 순수하고 후박하고 심성이 좋아 정씨가문에는 물론 마을사람들의 존중과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너의 엄마한테선 언제나 감 냄새, 곶감냄새가 난다. 곶감 맛이 난다.”

이는 1988년 설에 내가 엄마를 모시고 처음으로 한국친척방문을 갔을 때 숙모님이 한 말씀이다. 우리 사촌형제들은 엄마의 곶감맛이 자식들의 몸에도 슴배였는지 우리 자매들한테도 제법 곶감맛이 난다고 했다.

그렇다. 생전에 늘 따뜻한 사랑으로 베풀기 좋아하는 곶감 엄마를 닮아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우리자매는 식탁에 마주앉아 달콤한 곶감을 먹으며 저 세상에 간 엄마를 그리며 장시간 곶감에 흠뻑 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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