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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코너-아버지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코너-아버지
2021년06월03일 18:24   조회수:11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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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아버지

박일

 

아버지

                 

 민우는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무거워났다. 간밤에 아버지가 슬피 우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전 수업시간 내내 흑판에 글을 쓰자니 손에 쥔 분필이 자꾸만 끊어져 나갔다.

 점심 먹으러 집으로 온 민우는 안해가 차려주는 밥상에 앉아서도 밥을 둬술 뜨는둥 마는둥 하다가 숟가락을 놓았다.

 “당신 고민이 많은 것 같네요.”

 “고민은 무슨 고민 그런 거 없어.”

 “자꾸만 오라고 기별이 오는데 한번 가봐야 하는게 도리가 아닐가요.”

 “어디로? 하동으로? 나 그런 아버지 없다고 말하지 않던가? 몇번 말해야 당신 알아듣겠어?”

 민우는 공연히 안해한테 성을 버럭 낸다.

 민우는 모교인 하동현 조선족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년전 안해와 결혼을 하자 안해가 있는 이곳 하서현 조선족중학교로 전근 되여 왔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하동에서 여러번 전화가 날아왔다. 간암말기인 아버지가 하동현병원에 입원했다고 삼촌한테서 전화가 왔고 병이 위독한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아버지의 고중동창인 현병원의 최원장한테서도 전화가 두번이나 왔었다.

 그랬어도 민우는 고집스레 도리머리만 저었다...

 민우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그해 가을 아버지는 한국으로 나갔다. 한국에서 아버지는 어김없이 다달이 돈을 부쳐보냈다. 민우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1년반쯤 지나자부터 가끔 저녁이면 어머니방에서 흐느껴 우는소리가 들렸다. 민우는 마을 아낙네들이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도 엿듣게 되였다. 한국에 나간 아버지는 어떤 여자와 눈이 맞아 진짜 부부처럼 동거를 한다는 것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어머니가 전화기에 매달려 떠드는 소리가 났다.

 “전 이미 현법원에다 리혼수속을 제기 했어요...민우아빤 못 오겠다구요? 안와도 좋아요. 당사자 일방이 불참석 시에는 6개월후 자동 리혼이 된대요.”

 그날 저녁 어머니는 민우를 앞에 앉혀놓고 말했다.

 “민우야, 너의 아빠는 한국에서 다른 여자하고 산단다... 이젠 이 집엔 우리 둘...우리 둘 밖에 없다. 알겠니?”

 설음에 겨워 울먹이는 어머니는 말을 겨우겨우 했다.

  “어머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어머니 곁엔 제가 있지 않아요.”

 어머니는 민우를 끌어안으며 왕왕 소리내여 울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돈을 보내지 않았다. 어머니는 홀몸으로 벼농사도 짓고 돼지도 키우고 또 봄이면 산에 가서 고사리도 뜯으며 악착같이 일을 하여 민우의 뒤바라지를 해주었다.

 민우가 성소재지에 있는 사범대학에 금방 붙었을 때 한마을에 사는 삼촌이 아버지가 보내더라며 돈 만원을 들고 학교로 찾아왔다. 민우는 그 돈을 받으면 어머니 부담을 덜게 된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을 어머니가 아시는 날엔 상심이 얼마나 클가를 생각하니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삼촌한테 “이 돈을 저의 어머니에게 드리세요. 저의 어머니가 받아서 저를 주면 제가 쓰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와 영영 남으로 살겠다는 생각 같은건 꿈에도 해본적 없었다. 하던 것이 어머니가 몸져누우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지지리도 박복한 어머니는 민우가 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 돌아와 교편을 잡던 그해 겨울부터 앓아서 드러눕게 되였다. 현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뇨독증이라는 무서운 진단이 나왔다. 불길한 예감에 마음이 황황해난 민우는 그길로 어머니를 모시고 성소재지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진단은 꼭 같았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줄곧 현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였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생명을 연장하려면 매주 2차씩 투석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민우는 마을에 있는 기와벽돌집을 팔고 또 은행에서 대부금을 내며 돈을 구해댔다. 그러나 한국에 계시는 아버지한테 돈을 보내달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어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을 봐서라도 돈을 보내겠지 하고 제 좋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남처럼 멀어지는 아버지는 돈을 보내주기는커녕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아버지의 친구인 현병원의 최원장이 나서서 어머니의 치료비를 절반이나 면제해주었다. 그때 민우는 눈물이 나게 고마운 최원장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다. 그럴때까지도 민우가 절망을 하여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적개심으로 번져지지는 않았다.

 그런 분노는 어머니가 세상을 뜰 그 림박에 폭발했다. 어머니는 2년간 꼬박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지만 불치의 병은 점점 악화되여 나중에는 생명이 경각에 이르렀다. 그런데 락엽이 진 나무마냥 앙상하게 여윈 어머니는 민우의 손을 꼭 잡고 하시는 말씀이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옛날 리혼을 한다고 떠들었지만 법원을 찾아가 리혼 신청 같은건 아예 한적도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니 헤여져 살아온 세월동안 어머니는 겉으로는 아닌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냥 아버지를 그리며 살아왔던 것이다.

 민우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들이려고 벼르고 벼르다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오래간만에 “아버지”라고 부르니 가슴도 떨리고 말도 떨렸다. 민우는 어깨를 들먹이며 어머니는 여직껏 리혼수속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이며 마지막으로 한번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는 말씀을 그대로 전했다. 그런데 먼 곳에서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미안하다 민우야, 나는 갈것 같지 못하구나!”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민우는 귀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어떻게 바닥에 메쳤는지 모른다. 바로 그날 민우는 하늘에 대고 맹세를 했다. 이제부터 민우한텐 아버지가 없다고... 그런 민우였기에 두해전엔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한국에 있는 아버지한텐 아예 알리지도 않았다.

 그랬던 아버지가 간암말기 진단을 받고 반년남짓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단다. 병세가 악화되자 아버지는 나서 자란 고향에 가서 눈을 감고 싶다고 하여 얼마전에 삼촌이 한국 가서 아버지를 업어왔고 지금은 어머니가 누워있던 바로 하동현 병원에서 림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였다. 

 점심상을 물린 민우가 깊은 수심에 잠겨 창밖만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뜨락에 새까만 승용차 가 와서 멈춰서더니 하동현병원의 최원장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였다.

 “자네 부친은 어제 떠나갔네. 나는 지금 화장터에서 자네를 찾아 바로 하서로 오는길이네.”

 근엄한 표정을 짓는 최원장이 무겁게 입을 연다.

 민우는 무슨 말로 답해야 할지 몰랐다.

 “자네가 부친을 너무 잘못알고 있는 것 같아 내 오늘 몇가지 해명해주려고 왔네.”

 최원장은 거실에 있는 쏘파에 앉는다. 민우는 그러는 최원장앞에 기둥처럼 멀쩡히 서만있다.

 “나는 서울에 직접 가봐서 잘 아네. 자네 부친은 확실히 어떤 여성하고 동거생활을 하더군. 그것은 자네 어머니에 대한 배신이고 또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만은 확실하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떠드는 것처럼 살림을 차리고 진짜 부부생활을 하는 그것과는 좀 달랐네. 여성이 밥을 해주는 대신 생활비를 자네 부친이 좀 더 내는 밖에는 옷도 저마끔 자기 돈으로 사 입고 일체 경제는 벽을 쌓고 서로 비밀에 붙이는 그런 동거였네.”

 민우는 최원장이 인제 와서 이런 말은 왜 꺼내나 싶어 그저 덤덤히 듣고만 있었다.

 “자네,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한다고 한국에 전화를 했었지?”

 “?... ...”

 “그 당시 자네 부친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떨어진게 오른쪽 다리가 골절되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네.”

 “예? 그럼 어째 그렇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요?”

 “말하면 자네가 그 말을 믿겠는가? 어머니를 배신하고 뻔뻔스레 불륜을 저질은 아버지의 말을?...”

 “그리고 자넨 어머니가 우리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치료비용의 절반을 원장인 내가 줄여준걸로 알고 있지만 그런게 아니네. 개인 병원도 아닌데 내가 어찌 그 많은 돈을 줄여줄수 있겠나. 그 돈은 자네 부친이 세 번에 나누어 보내온 거네. 도합 12만원이였네.”

 “예? 저의 아버지가?...”

 민우의 두눈은 단통 커졌다.

 “그런 일 왜 원장님께서는 사실대로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민우의 목소리에는 어느 사이 울음이 섞여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혹시 자네 모자가 그 돈을 받지 않을가봐 그랬네. 그리고 자네 부친도 절대 비밀에 부쳐 달라고 나한테 신신 당부하였네.”

 민우는 갑자기 뒤통수에 날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자네 이걸 받게.”

 “이...이건 뭐입니까?”

 “부친이 떠나면서 자네한테 남긴 돈이네.”

 최원장의 손에서 은행카드를 받는 민우의 두 손은 사시나무떨듯 후줄후줄 떨고 있다.

 “그 카드에 인민페 58만원이 들어있다고 하더군. 그리고 우리 병원에도 5만원을 내였는데 그 돈도 적지 않게 남을 거네. 이제 장부계산이 나오면 나머지 돈을 자네한테 보내주겠네.”

 최원장이 이렇게 말하는데 민우는 풀썩 하고 바닥에 쓰러진다.

 “아버지!-”

 민우는 두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원장님은 이런 말씀을 왜서 인제야 저한테 하십니까?”

 “이 사람 왜 이래? 이런 말 전해주려고 내가 전화로 빨리 오라고 하지 않던가?”

 최원장의 말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어깨를 들먹이는 민우는 세차게 도리머리만 젓는다. 오만가지 후회가 홍수처럼 밀려든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가신 뒤여서 아무리 후회한들 한쪼각의 도움도 건질수 없다는 것이 더 가슴이 터진다.

 “여보세요, 너무 이러지 마세요.”

 언제부턴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곁에서 같이 어깨를 들먹이던 안해가 민우의 등을 다독인다.

 “허허허...”

 최원장이 별안간 큰 웃음을 터뜨린다.

 “자네 이렇게 땅을 치며 후회할가봐 내가 미리 달려온 거네.”

 “예?...”

 민우와 안해는 최원장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진다.

 “자네 두 사람 어서 차에 오르게. 자네 부친은 아직 살아있네. 지금 부지런히 떠나가면 운명하기전의 마지막 모습은 볼수있을것 같네.”

 민우를 태운 승용차는 아버지가 기다리는 하동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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